▶ 낡은이의 도전기/▷ 여기공 집수리기술교육

여기공x대구여성가족재단 - 여성을 위한 집수리 기술 교육 1회차

낡은이 2021. 3. 1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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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5. 월요일.

공구 기초 : 수공구 다루기

 

갑자기 큰 얼굴이 등장하여 놀라실 분들께는 죄송합니다ㅋㅋ

비밀보장에서 받은 아로마패치 자랑하고 싶어 가지고.

저는 강한 향은 좋아하지 않아서 붙여놓고 살짝 방치했다가 썼는데

결론은 어쨌든 이거 하고 나갔다고 티 내는 중...

 

대구역에 내린 길치는 실컷 콘서트하우스 잘 찾아가 놓고 들어가는 입구를 못 찾아서 길 안내를 해주러 나온 남직원의 안내에 따라 입장하였다. 

잠긴 문 앞에서 바로 전화부터 하는 성격 급한 낡은이...

코로나19에 따른 개인정보 수집과 체온 측정 어쩌구를 한 다음에 들어갔는데 나보다 더 부지런히 미리 와 계시는 분들도 있었다.

나는 지하철을 한대 놓치는 바람에 예정시간보다 빠듯하게 도착했지만 그 시간도 늦은 시간은 아니었음.

 

들어가는 입구부터 교육장 안까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공간이었다.

남자라고는 아까 길 안내와 화장실 안내를 해주었던 남직원(팀원) 하나뿐이었다. 

우리가 지금껏 학습해왔던 사회 구성과 완전히 반대되는 공간이 아닌가! 

내가 겪어왔던 교육장은 단순히 길 안내나 화장실 안내를 하는 보조인원만이 여성이고 그 외에 진행하는 대부분의 주요 인원이 남자인 경우가 많았으니까. 

 

공간 안에 있는 구성원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것만으로 이렇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니 이 교육 신청하기를 정말 잘했다.

도배를 배우는 과정에서 있었던 폭력적인 행위(언어, 행동)들을 겪은 다음에 주어진 공간이라 그런지 더 애착이 가고 충분히 흥미로운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전에 제출했던 신청서에 적혀있던 '<여성을 위한 집수리 기술 교육>의 약속'을 읽었을 때에 이미, 이 단체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될지 짐작하고는 있었다. 

 

교육장에 들어서자마자 간식이 준비되어 있었고 개인 텀블러를 이용해 마실 수 있게끔 커피도 준비되어 있었다.

과일과 음료수, 약과와 모나카까지.

간식은 채식으로 준비한다 하셔서 흉폭한 육식주의자인 나는 걱정을 조금 했지만, 그 센스 있는 구성에 손뼉을 탁 쳤다.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편이지만 보틀에 1cm 정도 담아서 맛을 보았다. 

코로나 시국이라 대놓고 간식을 와구와구 먹을 수는 없었지만 배고팠던 낡은이는 쉬는 시간에 약과를 한입에 욱여넣고 마스크를 다시 끼는 민첩함으로 불편한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얗게 불태웠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었다는 10명의 인원!!

농담처럼 말씀하셨지만 나는 진심으로 받아들임.

여성이 기술에 관심이 없을 거라는 사회적인 편견, 그래서 당연히 기술에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의 과거.

기술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것을 흥미가 없다고 합리화해버렸던 것은 아니었는지. 

'손으로 하는 건 다 못하는 똥손' 이라고 외치고 다녔던 나의 과거, 배울 기회를 스스로 박탈해버린 것 같아 자신에게 미안하다.

 

쉬는 시간 기준으로 첫 번째 시간에는 인다 대표님의 인사, 구성원 소개, 교육에 대한 간단한 설명, 이론 등을 해주셨는데 숙제도 내주셨다ㅋㅋ

그 숙제 지금 이거 쓰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벽도 두들겨보고 이 집안에 콘센트가 어디 어디 있는지도 확인해보았다. 

 

두 번째 시간은 여기공의 역사(!)에 대한 소개와 '어쩌다보니' 자기소개, 안전교육과 실습 등을 했는데, 1년반 정도의 기간동안 아주 많은 업적을 쌓은 내공있는 소개였다. 

여기공의 자랑(!!) 안전교육에서는 정말 사소하지만 중요하고 아차 하면 놓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사항들을 들었다.

나도 어지간히 흥분을 잘하는 타입이라 흥분한 상태로 공구를 쥐고 있는 나의 모습이 그려지고 걱정도 되었다.

도배할 때에도 그랬지만 나는 늘 내가 안전사고를 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더 안전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안전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고 싸우게 되는 것일까...

 

각자 손에 맞는 장갑과 주황색 귀마개를 지급받았다.

공구를 사용할 때 소음이 굉장하기 때문에 청력보호를 위해 귀마개는 필수!

아참, 대구여성가족재단에서 앞치마를 주문해두셨는데 제때 배송이 되지 않아 다음 주에 주신다고 했다.

그래도 재단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주고 계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어쩌다보니'를 3~4줄 정도로 써보고 자기소개를 하자고 하셨는데 도저히 4줄로 요약이 불가능했던 낡은이는 또 구구절절 말이 많았다ㅋㅋ...

내가 속한 비혼여성공동체 지인을 통해 예천교육 모집 때 여기공을 알게 됐는데 거리상 가지 못했고 댓글에 대구 교육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썼던 게 진짜가 되어 돌아왔는 어쩌구!!

물론 다 계획에 있던 대구 일정이었겠지만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내 눈에 들어와 줘서 너무 고맙다. 

예천을 의성이라고 계속 잘못 말했는데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반응해주셔서 대표님 너무 감사했어요...

 

쉬는 시간에 각 책상에 공구들을 놓아주셨는데, 밑에 깔려있는 매트도 헌옷 재활용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실습용으로 나눠주신 나무도 폐목재 재활용!!

단순히 공구를 다루는 것을 떠나 여러가지 의미로 좋은 활동을 많이 하는 단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내가 스스로 이런 공구들을 만져볼 생각을 했을까.

 

인다 대표님의 시범을 보고 본격적으로 직접 못을 박아보았는데 나와 짝꿍 둘 다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서로 머뭇머뭇하다가 용기를 내어 못을 들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V 표시를 해주고 쾅쾅 박는데 폐목재라서 크랙이 생길 거란 얘기를 미리 들었더니 놀라지 않고 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기운이 빠져 삐뚤게 박히는 못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도배하면서도 늘 말로만 운동을 해야 하는데 하고 여기 와서 또 운동해야 하는데 말만 하고 있는 게으른 낡은이...

 

그래도 실컷 못질하고 나니 대표님이 말씀하신 흥분이란 게 뭔지도 잘 알겠고 쾌감도 느꼈다. 

조심해야지... 또 흥분할뻔했어..ㅋㅋㅋ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땀도 나고 한참 동안 열기도 가라앉지가 않았다.

정말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또 말만 하지...

 

교육이 끝나고 친구가 구워준 삼겹살이랑 저녁밥 맛있게 먹고 수다 떨다 귀가했다.

도배 처음 했던 날처럼 팔이 뻐근한 것이ㅋㅋ

또 하루를 앓아누웠노...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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