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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커뮤니티] 다드래기 만화 - 안녕 커뮤니티를 읽고

낡은이 2021. 2. 24.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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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이가 읽은 기간 : 작년 추석 즈음, 심심하면 꺼내 보고 있음.
※ 사용한 이미지가 문제 될 시 수정 및 삭제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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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안녕 커뮤니티」를 알게 된 것은 내가 한창 레진코믹스에 흥미를 가지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만 해도 꽤 신선한 느낌의 작품이 많이 공개되던 플랫폼이고, 그 작품들 중에서도 내 눈을 사로잡았던 그림과 색채가 돋보였던 「안녕 커뮤니티」가 있었다.

벌써 몇 년이 지나서 가물가물하지만, 「안녕 커뮤니티」를 보기 이전에도 다드래기 작가님의 「거울아 거울아」, 「달댕이는 10년차」 등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순서는 정확하지 않다.

어쨌든 레진코믹스에서 「안녕 커뮤니티」를 열열히 보고 있던 때였다. 그때 레진코믹스의 갑질 행태와 대표자의 저급한 과거 등 참을 수 없는 일들이 지속되면서 안녕 커뮤니티도 연재가 흐지부지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때 레진코믹스를 탈퇴하면서 레진코믹스에 대한 기억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한참이 지나 트위터에서 다드래기 작가님 계정을 보게되었다. 냉큼 친추해두고 혼자 염탐하고 있었는데, 사생활이나 사회문제, 작품 이야기를 주로 하시던 중에 어느 날 갑자기 「안녕 커뮤니티」 종이책 얘기를 하시는게 아닌가!! 정말 너무 기뻤지만 그때 내가 오랜 백수였다가 일을 한지 며칠 안 됐을 때여서 바로 사지는 못했고, 입사 직후 추석이라고 나온 약간의 상여금으로 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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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산지 5년 정도가 되었지만 처음 혼자 살 때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 걱정이 있다.

'고독사하면 어떡하지?'

나는 겉으로는 밝은 사람이었지만 혼자 있을 때는 누구보다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자연사가 되었건 그렇지 않건. 혼자 사는 친구가 욕실에서 미끄러져 병원에 실려갔다는 얘기를 들은 그날도 온종일 공포에 떨었다.

 

화목하지 못했던 가정환경 탓에 어릴 적부터 독신주의를 고집해왔던 나는, 정말 좋아했던 사람의 '결혼하자'는 말에 이별을 선택했다. 세월이 흘러 삶에 너무 지쳐 앞이 보이지 않았던 때에는 잠깐 결혼(이라고 쓰고 취집이라고 읽는다)을 생각해본 적도 있었다. 그때쯤 나와 인연을 맺은 분들은 현재 비혼여성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 나에게 '너 결혼하고 싶어 했잖아!'라고 말한다. 결혼을 탈출구로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20년을 넘게 같이 살아온 가족과도 안 맞아서 매일 싸우는데 20년을 따로 살던 사람이라고 잘 맞을까. 나는 결국 결혼이란 찝찝한 탈출구를 버리고 혼자 스스로 나아가는 길을 택했다. 

 

 

 

독신이라는 말 대신 비혼이라는 키워드가 한참 급부상하고 있었던 그때, 내 눈에 「안녕 커뮤니티」가 보인 것이었다. 고독사를 걱정하고 있던 나에게 사진관 박사장의 죽음은 먼 이야기가 아니었다. 평소에도 과몰입이 잦은 나로서는 내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또 감정을 이입했다. 박순정 씨가 넘어져 열상이 생긴 채 실려가는 모습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마리는 귀엽다.)

 

나는 「안녕 커뮤니티」를 보면서 막연하게, '나도 이런 연락망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고 나는 지금 비혼여성공동체에 가입했으며, 이 공동체는 향후 몇 년 안에 비혼타운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안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안녕커뮤니티 같은 연락망 시스템을 구축을 하기 위해 내 나름대로, 혼자 살 경우 고위험군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인원과 소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만화에는 연락망 공동체로서의 이슈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특히 여성이 태어나면서부터 겪는 부당한 일들이 나를 많이 화나게 하고 울게 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울고 웃기를 백번은 반복한 듯하다. 어떻게 이렇게 매 순간 감정이입을 하는지, 나도 참 나다.

 

분례 씨가 술에 취해 자신의 이름에 대해 말할 때, 이 또한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내 원래 이름은 아들을 낳으라는 바람을 담아 '아저씨'를 뜻하는 한자가 하나 들어가 있었다. 처음 한자공부를 하던 초등학생 시절에 누가 여자 이름에 이런 한자를 쓰냐며 학원 원장한테 내가 되려 혼이 나기도 했는데, 나를 위한 이름도 아닌 그 이름 때문에 왜 내가 동급생들에게 놀림을 받고 선생에게 혼이 났어야 했는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현재는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개명을 했다. 

 

 

 

「안녕 커뮤니티」 에서 공동주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가 속한 비혼여성공동체와는 결이 다르긴 하지만 공동주택이란 것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가부장제 아래 '결혼' 이라는 사슬을 스스로 끊어낸 사람들이 모여 '잘' 살아가기 위한 공동주택. 그 목표를 조금 구체화하게 도와준 「안녕 커뮤니티」는 나에게 만화책 그 이상의 소중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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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도 보이지만 책이 꽤 두껍고 무겁다. 주문을 하고 배송을 기다리면서 상상했던 가벼운 무게가 아니어서 택배를 들고도 갸우뚱했었다. 하지만 이 두껍고 무거운 책 안에 어떤 내용도 빼야 할 것은 없었다. 물론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연출되는 상황 자체가 끔찍한 부분도 있었다. 모든 부분이 혐오를 말하고, 모든 부분이 욕을 불렀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인간을 싫어하는 나에게 아주 좋은 책이었다. 사진을 찍느라 무지하게 만져댔음에도 불구하고 원형을 잃지 않아 줘서 고맙기도 하다. 요즘 책들은 다 이렇게 질이 좋은 걸까?

 

오늘로서 「안녕 커뮤니티」를 종이책으로만 세 번째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이전에는 흘려 보았던 부분이 새로 보이고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새로 찾아온다. 「안녕 커뮤니티」에서는 마무리하지 못한 공동주택에 대한 결론을 내가 소속된 비혼여성공동체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마무리를 한다. 마무리는 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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