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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망굴 도깨비] 비수도권 탐방기 <지역의 사생활99> 군산편 - 불친 작가

낡은이 2021. 7. 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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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이가 읽은 기간 : 2021년 5월, 그리고 오늘. 
※ 사용한 이미지가 문제 될 시 수정 및 삭제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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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사생활99 전권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내 손에 들어온 《해망굴 도깨비》. 삐약삐약출판사를 운영하시면서 육아와 코로나 등등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버려 가장 마지막으로 발행이 되었지만 그 기다림이 충분히 이해되는 작품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불친 작가님의 동글동글한 캐릭터가 짜잔하고 등장하며 시작하는데 역시 나는 불친님의 그림체가 너무 좋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도깨비라니! 불친님의 그림은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진 것 같지만 섬세한 감정이 잘 들어가 있어서 그림 하나로도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역시 불친님 그림 너무 귀여워! 를 남발하며 몇 장을 넘겼을 때, 아주 다른 느낌의 그림체가 등장했다. 계집이 글을 알면 집안에 망조가 든다. 저 아래 단전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터뜨리게 하는 대사. 이기적인 것.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이 장면에서 쉽게 다음장으로 넘어가지 못했고 결국 책을 한번 덮었다. 여기서부터 이 만화는 단순히 깔깔거리며 볼 수 있는 만화가 아니었고 다시 천천히 숨을 고르며 읽어나갔다.

 

 

 

본격적인 내용이 들어가기 전에 주석을 한번 쭉 읽고 가야 하는데, 물론 만화를 보다가 중간에 다시 돌아와서 확인해도 괜찮겠지만 대충의 맥락은 아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모두 다 생소한 이야기들이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에 이런 내용은 없었다. 주석만 조금 읽어도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벌써 답답했다.

 

 

 

언니가 헤어진 동생을 찾으며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불키드님이 속한 '농담과 부담' 이라는 밴드의 '자장가' 가사를 그대로 옮겨왔다. 예전에 불키드님의 라이브에 갔을 때 불친님과 함께 자장가 무대를 하셨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꽤 좋은 곡이라 생각했었다. 가사가 작품과 잘 어울렸다. 

 

 

농담과 부담 - 자장가

https://youtu.be/uCR2cA0WA5E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식이 크게 없는 편인데 '쌀의 엘도라도 군산' 이라니 또 처음 듣는 말이었다. 이 부분을 보다가 군산에 사는 지인들에게 쌀이 유명하냐고 물었더니 서로 좋아하는 쌀 브랜드를 얘기해서 알겠다고 급하게 정리하고 다시 책으로 돌아왔는데, 이쯤에서 지역의사생활99는 만화로 된 지역 정보 서적으로서 가치가 있게끔 구성을 잘 한 것 같다. 특히 군산 편은 자료조사가 꽤 오래 걸렸다고 하는데 그 이유 너무 잘 알겠고요. 그 시대를 살지 않았지만 그 시대를 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도깨비와 동행하던 주인공이 그때의 기억을 풀어내며 현재로 돌아오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코끝이 찡하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느낌의 그림체가 섞여있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그대로 그 흐름에 스며들었다. 

 

 

 

작품 후반의 작가 인터뷰를 보면 《해망굴 도깨비》는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다고 하셨다. 그중에서도 성매매, 성착취 부분에 대해 다루었기 때문에 내가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한데, 특히 이 페이지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내가 지역의사생활99에서 기대했던 불친님의 작품은 사실 단순하고 읽기 쉬운 지역소개서였던 것 같은데, 이전에 발송되어 읽었던 8권의 작품과는 또 다른 무게감을 가지고 보게 되어 처음에는 조금 혼란했다. 리뷰라고 쓰기에도 좀 부담이 있어서 트위터에만 가볍게 잘 봤다고 적었었는데 결국 이렇게 추천이 하고 싶어서 글을 쓰고야 말았다. 가볍게 주절주절 쓸만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이 리뷰는 글자를 뱉어내는 것보다 내 안에서 정리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는데, 혹시 이 글을 스쳐서라도 보는 기회가 생기셨다면 《해망굴 도깨비》 를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올해 9월 공개될 예정이라는 지역의사생활99 시즌2 너무 기대된다! 삐약삐약출판사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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