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얘기

책상 정리하다 나온 2020 낡은이의 금융 리포트

낡은이 2021. 4.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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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책상 정리가 하고 싶어서 손을 대다 보니 이런 게 튀어왔다.

작년 여름, 홈플러스 문화센터에서 열렸던 1:1 재무상담 강좌에서 받아온 것.

상담사님과 7월 말, 8월 초에 각각 얼굴을 뵈었는데 이틀 다 비가 와서 조금 젖은 상태로 대충 처박아놨더니 이렇게 발견이 되었다.

 

1:1 재무상담이다 보니 2명만 모집을 받았고, 지정된 강의실에 들어가니 상담사님만 계셨다.

다른 수강생은 늦게 왔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각자 재무상태에 대해 가벼운 얘기를 하다가 대략적인 수입, 지출을 적어보라고 했다.

나는 가계부에 쓰고 나면 다 잊어버리는 편이라 대충 생각나는 대로만 적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너무 대충 적었다.

 

같이 상담을 받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집이 잘 살아서 본인의 급여를 온전히 보전할 수 있는 케이스였고, 나는 심사가 뒤틀려 금방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일단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내가 힘내서 집 밖으로 나왔으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시간만 보내다 가기로 했다.

이때 나는 백수였고 상담 중에 사는 게 의미가 없다는 말을 엄청 많이 했더랬다.

엄마가 넣어주고 있는 내 보험도 다 깨서 엄마 쓰라고 했었던 얘기를 하니 상담사님은 기겁을 하셨다.

 

자꾸 '동생같아서' 라고 하면서 화목한 가정에 대한 얘기를 하길래 열 받은 내가 우리 집의 치부까지도 다 드러냈던 것 같다.

이때 '아들이 사고 친 1억은 갚아주면서 딸 전세금에 보태줄 3천만 원은 없는 집'이라는 명언을 내뱉었었네.

녹음을 해놨어서 다시 들으며 혼자 박수 침..

 

상담사님은 회계 일 하기 싫어서 그만뒀다는 나에게 세무사무실을 추천했고(코미디인가..) 나의 건강과 이동권을 위해 구매한 중고차에 대해서 '돈도 없으면서 차는 왜 샀냐'는 핀잔을 잊지 않았다.

생활의 활력을 위해서라도 알바든 직장이든 일정한 활동을 하라고 했고, 엄마가 내주고 있는 보험에 실비는 있는지 총금액은 얼마인지 확인하고 가능하면 깨지 말라고도 했다.

 

'낡은이 씨는 지금 당장 돈 보다 심리적인 안정이 더 중요한 것 같네요'라는 말과 함께 다음 주에 정리된 리포트를 가지고 다시 만나기로 했었더랬지.

그때쯤의 나는 어떻게 죽어야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어서, 용기를 내어 갔던 홈플 문센도 결국 부정적인 얘기만 잔뜩 하고 오게 되었던 것 같다.

 

이 글에 첨부된 이미지가 두 번째 만났을 때 상담사님이 나에게 주고 간 리포트인데, 지난주에 내가 작성한 수입과 지출을 토대로 만들었으나 내용은 별게 없었다고 했다.

그 당시 수입은 실업급여 168만 원이 전부였는데 그보다 더 큰 소비를 하고 있어서 당연히 마이너스였다. 

지출의 대부분은 식비. 

 

갑자기 내가 한적도 없는 말을 하면서 우리 집을 농사짓는 집으로 만들더니, 지금 상황으로는 재무상담을 해줄 게 없다, 나중에 소득 창출이 되면 그때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하고 급하게 마무리를 했다.

 

저 상담할 때 상담사님이 보험을 꼭 확인해보라고 했었는데 그 당시에 엄마가 내 이름으로 넣어주고 있던 보험을 내가 받아와서 납입을 하다가 지금은 실비 빼고 나머지는 깨서 생활비로 쓰고 있다.

 

비가 억수로 내리던 작년 여름, 온통 어두웠던 나에게는 맞지 않는 상담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녹음본을 다시 들으면 지금의 내가 받아들이는 기분은 좀 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별다르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소득이 있어야 투자도 하는 거니까.

 

그냥 청소하다 나와서 기록용으로 한번 작성해 보았다.

미래의 내가 이걸 보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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