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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기능사 시험 후기!

낡은이 2021. 4. 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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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월 18일에 훈련기간 중 최종 연습을 했고, 2월 19일에 수료식을 했습니다. 

2월 말에 처음으로 도배사로서 취업상담을 했고, 3월 중순부터 매주 1회씩 학교에 방문해 취업정보를 확인했습니다. 

3월 중순에 도배기능사 시험 원서접수를 했고, 3월 말 & 4월 초에 각각 사비를 들여 총연습을 했습니다. 

취업이 되지 않아 훈련과정이 끝나고도 손을 놀린 기간이 조금 있었는데요. 

도배지를 직접 발라볼 수는 없었지만 계속 문서로 정리하고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저는 2월 18일 최종 연습 때 4시간 정도가 걸렸고, 3월 말에 사비로 연습을 했을 때 3시간 50분, 4월 초에 사비로 연습을 했을 때 대충 마무리해서 3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마지막 연습을 할 때 제가 가진 모든 힘을 쥐어짜서 했는데도 제한시간인 3시간 20분 안에 들어오지 못했어요.

연습을 할 때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실수를 자꾸만 조금씩 하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이제 정말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니 긴장을 했나 봐요.

 

그렇게 결전의 날이 왔습니다.

저는 오전 시간대를 잡아놔서 새벽에 일어났는데요. 

무려 3시간 20분 동안 재료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에 밥을 든든히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날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온 여파가 너무 커서ㅋㅋㅋ 배달음식을 미리 시켜놨다가 먹고 나왔습니다.

 

다리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침대에 다시 드러눕느라 예상보다 조금 늦게 출발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입실 예정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에는 저 빼고 모든 수험생(?)들이 도착해있었고요.  

대기실에 가방을 내려놓고 화장실 갔다가 감독관(?)의 시험 설명을 잠깐 듣고 신분확인을 했습니다.

※ 신분증 꼭 챙겨 가세요 ※

수험표는 출력 안 하셔도 됩니다!

 

신분확인이 끝나면 자신이 시험을 치르게 될 방을 고릅니다.

아니 이게 말이 고르는 거지, 작은 쪽지나 그런 게 아니라 큰 플라스틱 이름표라서 뒤적거릴 수도 없어요ㅋㅋㅋ

그냥 제일 위에 있는 번호로 꺼냈는데 하필 감독관이 가장 보기 쉬운 제일 가운데 방이더라고요.. 

망했다. 

뽑은 이름표를 등 쪽에 매달고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언제까지 도구 준비하고 가방 정리하고 시험장에 들어오라고 얘기하면 그대로 따르시면 됩니다.

시험 직전에 공개 문제지를 나눠주는데 저는 기존에 연습했던 대로 할 거라 반 접어서 도구 가방에 그냥 넣어놨었습니다.

시험이 다 끝나고 집에 와서 꺼내니 이모양이 되어 있더군요ㅋㅋㅋ

 

드디어 시험장에 입실하고, 긴장의 정적이 흐릅니다.

재료는 각 방에 미리 세팅되어 있고, 재료가 적절하게 지급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줍니다.

이때 확인하지 않고 지나가면 수험자의 실수로 인한 재료의 재지급은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시간이 중요합니다.

 

저는 시험만 치렀을 뿐, 아직 합격 여부를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험 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타 지역에서 시험문제를 유출해서 논란이 됐다는 얘기도 들었거든요. 

 

일단 저는 제가 직업훈련을 받던 학교로 접수를 해서 선생님들이 계시는 게 좀 든든하긴 하더라고요. 

가뜩이나 짐도 많은데 칼 받침대나 자를 스스로 챙기는 것도 힘들고요.

연습할 때와는 조금 다르게 시험장을 깨끗하게 한번 더 정돈하신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들이 지나가시면서 '잘할 수 있죠?' 하고 응원을 해주셨는데 진짜 잘하고 싶었어요.

 

감독관이 시작 시간을 알려주고 언제까지 종료하라고 말해줍니다. 

3시간 2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실크벽지 재단을 하고 있는데 벌써 초배지를 만지는 소리, 나는 이제 재료 정리를 겨우 다 했는데 벌써 풀 만들고 바르는 소리, 내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많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제가 시간이 모자랄 뻔했던 부분을 하나 꼬집자면, 저는 원래 천장에 공간 초배할 때 초배지를 딱 30장 쓰거든요?

지금까지 연습하면서 그걸 틀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근데 이게 웬일이야.

한 줄에 5장을 붙여야 계산이 맞는데 2줄째 바르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제가 한 줄에 6장을 바르고 있었던 거예요.

눈치챈 곳부터 5장으로 해도 결론적으로 2장이 모자라게 되었잖아요?

일단 만들어놓은 30장을 다 바르고, 아까 재단하고 남아있던 초배지를 급하게 2장 만들어서 발랐다 이 말이죠...

 

와, 근데 진짜 할 때마다 새로운 실수를 하는구나.

이것 말고도 평소에 안 하던 실수를 해서 시간을 잡아먹은 게 몇 개 더 있긴 했는데 그건 합격하면 들려드리도록 할까요ㅋㅋㅋ

 

아마 제가 장폭을 붙이고 있을 때였어요.

다른 칸 수험생분이 포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시험 시간이 30분 정도 남은 상황이었는데 감독관이 계속해보라고 권유를 해도 기권을 외치더라고요.

아니.. 시험비가 얼만데 되든 안되든 도전이라도 해야지!! 

 

저는 '5분 남았습니다'라는 감독관의 말이 들릴 때까지 완성을 못하고 있었어요.

실크를 바르긴 했는데 마무리가 안 되는 상황.. 아시나요?ㅋㅋㅋ

땀은 왜 그리 줄줄 나는지 정말 숨이 턱턱 막히더라고요. 

결국 창문을 도려내는 걸로 대충 마무리를 하고 '2분 남았습니다'라는 말을 듣고서야 억지로 방에서 나왔습니다. 

다들 이미 완료하고 방 밖으로 나가 있었는데 제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3시간 20분이 모자라게 꽉 채웠고, 실수도 많았으며, 마무리가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서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수험생들을 다 밖으로 내보내고 채점을 하기 때문에 뭐가 어떤지 물어볼 수도 없어요. 

그리고 시험의 당락을 당일에 알려주지 않아서 더 불안합니다. 

이번 시험의 합격 발표는 4월 30일부터라고 하는데, 성격이 급한 낡은이는 조급증이 난다...

 

집에 돌아와 도구를 정리했습니다.

시험만을 위해 산 도구는 아니기에 현장에서 쓰일 날을 마냥 기다리게 되겠지요. 

새벽에 일어나 대충 배달음식을 먹고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집에 돌아왔는데 뭘 먹을 기운도 없었습니다.

샤워하고 누워서 낮잠을 밤까지 잤어요.

 

지금 도배일을 하고 있냐고 묻는 분이 계셔서 말해보자면, 이 글의 상단에 '취업이 되지 않아'라고 썼는데요. 

역시 상단에 쓰여있는 대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취업 자리를 확인하고 있지만 '여자 도배사는 뽑지 않는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저는 '여성도배사' 자리가 아니라 '도배사' 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단순히 성별로 취업자리가 결정된다는 것이 화가 나지만, 동아제약 면접 건에서도 밝혀졌듯이 그렇게 유능한 인재를 앞에 놓고도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저는 제 자리가 나올 때까지 열심히 알아보고 다니는 것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30일쯤에는 도배기능사 합격 소식과 함께 취업 소식도 가지고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시험 치르시는 모든 분들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여성분들 더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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